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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단청

주대식

중국 관광을 다녀온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나는 일본에 가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일본 특파원 생활을 오래 한 친구로부터 ‘일본 구경’을 권유 받았다.
 그거 참 좋은 충고였다.

동양 문화를 이해 하려면 적어도 중국과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말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한국 방문 길에 우리는 짬을 내서 일본 관광을 하기로 한 것이다.

첫 방문지는 오사카 성이었다. 나는 고궁이나 박물관을 방문할 때마다 단청을 유심이 살피는 버릇이 있다.

단청은 참으로 묘하게 나의 관심을 끈다. 오사카 성을 처음 봤을 때도 혹시나 화려한 한국식 단청이 있지는 않은가 기대했으나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좀 심심했지만 차분하게 건물 외부를 채색한 칠을 보며 ‘아, 일본은 그런가 보구나’ 하는 느낌으로 봤다.

안내원은 우리를 또 어느 사찰로 인도했다. 그러나 거기서도 단청은 발견할 수 없었다.

웅장한 서까래와 대들보를 아무리 뜯어봐도 내 머리 속에 자리하고 있는 단청의 개념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일본의 건축에 단청은 없는가보다.’ 생각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안내원에게 ‘일본 건축에는 단청이 없는가 보죠?’ 하고 물었다.

예쁘고 상냥한 안내원 아가씨는 ‘네, 일본에는 단청이 없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지적인 외모를 갖춘 그녀는 상당히 어렵다는 시험을 패스한 후 일본과 한국의 전문적인 관광 안내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얼핏 보기에 큐레이터 수준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백제의 문화가 건너 간 일본에 단청이 없다는 말에는 조금 의문이 남아있었다.

여기저기 이것저것 일본을 주마간산식으로 구경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에서 또 며칠을 정신 없이 보내고 미국으로 돌아와서 지난 두 주 동안에 있었던 한국과 일본 방문에 대해서 기억을 정리하던 중에 ‘네, 일본에는 단청이 없어요.’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던 안내원의 설명이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그럴 리가 없을텐데 – – –  .’

나는 우선 급한대로 구글 검색을 통하여 일본 단청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일본에는 단청이 없다고 말한 안내원의 말을 틀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면 그렇지 일본에 단청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내 짐작이 맞았다.

다만 일본의 그것은 한국이나 중국처럼 화려하지 않을 뿐 단청 문화는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색창에서는 여러가지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간단하게 한국과 일본의 단청 비교 분석한 것을 인용한다.

한국 단청의 특징: 1) 강렬한 색상 대비. 2) 수려성, 가시성이 돋보임. 3) 강한 명도대비와 보색대비를 적절히 사용. 4) 화려하면서 명시적 효과가 강함. 5) 문양의 다양함을 표현. 6) 일본,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패턴. 일본 단청의 특징: 1) 중국과 한국에 비해 빈약. 2) 머리초 사용하지 않음. 3) 강한 보색대비를 지양. 4) 색상대비 단순. 5) 부드러움은 강조되었지만 미약한 분위기. 5) 한국, 중국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여러 정보 중에서 비교적 간단 명료하게 정리된 내용이라서 인용하긴 했지만 나는 여기서 얼마 간의 한국식 ‘국뽕적 사고’를 보면서 과연 한국적 단청에 대한 자부심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해 봤다.

일본 단청이 ‘중국과 한국에 비해서 빈약’하다는 것, ‘부드러움은 강조되었지만 미약한 분위기’라는 논조는 일본의 단청이 열등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 수긍하기 어려웠다.

다만 일본의 단청은 ‘한국, 중국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라는 분석은 정확했다.

그렇다. 일본의 단청은 화려하지 않지만 중간색으로 차분하게 자리잡고 있다.

나는 일본에서 구경한 사찰이나 궁궐에 장식된 그들 만의 단청 문화가 절대로 열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백제의 단청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간 후 그들만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거기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단청문화의 고찰을 통하여 한국 단청문양의 다양성이나 독특한 패턴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자연스럽게 물흐르는듯한 일본 단청의 맛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을 더 공부해야 할 소이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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