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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못 버려도

엘리자벳 김

세상에는 인생의 지침서라는 제목을 달고 수도 없는 많은 책이 나온다. 심리학자, 예언자, 종교인, 철학자 등 나름대로 각기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개 중에는 누구에게나 합당할 만큼 진리적인 말도 있고 때로는 지나치게 진리를 위장한 편협된 그럴듯한 말들도 많다. 원래 나는 이러한 종류의 인생 지침서 읽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각기 다 삶의 기본은 비슷하다고 하여도 살아가는 방식과 나름대로 철학이 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분 책들이 “…. 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라고 강조를 하거나 강요를 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서 어느 심리학자는 애를 키울 때 모유를 먹이면 자립심이 없어진다고 강조를 한다. 또 한편에서는 모유를 먹여야만 더욱 정서적인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고들 한다. 각자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절대 진리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책장을 서성거리다가 타이완 작가인 왕이지아의 ‘어제는 버리고 가라’란 책이 눈에 띄어 읽었다. 그런데 번역된 책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다. 어제를 버리라니…. 어제를 버리라는 그 말뜻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이란 것이 칼로 멸치 토막 내듯이 싹둑 잘라낼 수 없듯이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이 책의 제목은” 世說心語 (세설심어)”즉, “ 마음으로 말하여지는 세상의 이야기”가 사실 맞는 제목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대로, 그 마음이 나를 움직이는 대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이 책의 에피소드 82의 예를 들면 신문에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애들이 화를 내면 가구 같은 것들을 발로 차게 만들라”고 충고를 하자 부모들의 항의가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다. 왕이지아는 그것은 그 칼럼니스트의 조언은 누구에게나 맞지 않는 예라며 오히려 화가 날 때 공격적인 일로 화를 푸는 방법보다는 차라리 땅에 개미가 몇 마리 기어 다니는지 세어보는 것이 화를 삭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 이유는(다른 책 같으면 아마도 중간에서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세상에 평범하거나 혹은 특출나거나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써 내려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왕이지아는 말한다. 누구는 복잡해져서 위대해졌고 누구는 단순해져서 위대해졌다. 누구는 신념을 굳게 지켜 성공했고 누구는 신념을 바꾸어 성공한다는 말 이 말 역시 지금까지 섣부르게 나오는 각자의 지침서에 일침을 가하는 소리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편타당적인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 게을러져 있는 우리의 심성을 깨운다.

상상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을 모델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결정해서 내가 가고 싶은 길로 배낭을 메고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주관과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책의 1편에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이러한 말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나부터도 식당 경영 십수 년이 넘다 보니 새로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잘 나오지 않고 남의 조언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가끔은 관점을 바꾸어야 할 때 나는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생각은 많이 하는 편이다.

 며칠 전에 하와이에서 가장 성공한(한국인으로 미주에서 성공한 100인에 속하는) K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에 사업체를 열지도 모르니 미리 그 장소에 가서 유동 인구 등 일반적인 상황을 살펴봐 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분과의 인연은 십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공한 한국인 경영 세미나에 그분의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주최 측의 사회를 보았던 나는 그분에게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하와이까지 찾아가서 그분의 사업체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K씨는 사업을 경영하는 스타일이 특출났는데 이 책의 1편의 예처럼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를 실천하여 사업에 응용하신 것이 아닐까 싶다. 하와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릴리하 빵집을 인수하여 NO. 1 명소로 둔갑을 시킨 K 씨. 우연히 시작했던 코리안 바비큐 식당이 오늘날 수십 개의 다양한 가맹점 식당으로 성장시킨 가장 큰 비밀은 무엇일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K씨는 본인의 직관에 충실했고 어제보다는 내일의 비전을 향해 실천하는 긍정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있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내 주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그 원 밖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면 나의 모습은 어떨까? 여전히 많은 부분의 어제를 버리지 못해 후회도 하며 휘청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항상 긍정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길 위에서 걸어가는 중이다. 포도주가 숙성되어 가듯이 나는 숙성 중이라고 믿겠다.(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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