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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하나 뿐인

이계숙

지우, 민서, 서현, 도윤, 시우. 서연, 지안, 이서, 하윤, 하진.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들 이름이란다. 앞의 것이 남자고 뒤의 게 여자다. 예쁘고 멋진 이름이니까 인기 순위에 올랐겠지만 참 특색이 없고 밋밋하기 짝이 없는 이름들이다. 얼굴을 보지 않고는 성별을 알 수가 없는 중성적인 이름들이고. 예전 남자이름은 광열, 정오, 창기, 종국, 영덕 등 듣기만 해도 남성미가 뚝뚝 흐르는 이름이었고 현아, 희주, 미연, 영선, 영미 등 이름만 듣고도 아, 여자구나하는 걸 알수 있었는데 말이다.

  내 생긴 것과 걸맞게 지어진 촌스럽고 예쁘지 않은 이름때문에 그동안 부모원망도 많이 하며 속앓이를 한 게 얼마전이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내 이름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왜냐, 내 이름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 컴퓨터에 ‘사람찾기’ 미국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았다. 성과 이름을 입력하면 나이랑 주소까지 찾아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야 뭐 못 잊을 첫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타게 찾아볼 사람이 없었지만 일단 내 이름을 넣어 검색해 보았다. 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해 하며.  놀랍게도 한국 이름을 넣으면 적지않은 사람의 숫자가 떴지만 영어로 넣으니 딱 열 명 정도가 떴다. 나와 같은 스펠링을 쓰는 사람이  단 열 명뿐이었던 것이다. 너무너무 신기했다. 이계숙이란 이름이 흔해빠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 던 것이다. 하기는 지금까지 살면서 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

  생년월일과 이름을 넣어 다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오오! 달랑 한 개의 이름이 떴다. 그게 바로 나였던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나는 감격했다. 이 넓디넓은 지구에서 나와 같은 성과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니 말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터넷 검색이 일상화되면서 흔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사회활동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하루에 이뤄지는 검색의 7%가 사람 이름이다. 경영진 알선업체의 80%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직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며 40% 누리꾼들도 연락이 끊긴 친구나 친척을 찾기 위해 검색을 이용한다’고 소개하면서 이 사실은 아는 부모들은 최근 태어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독특하고 특별하게 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 기사대로라면 이 세상에서 하나 뿐인 이름을 가진 나는 벌써 50점은 따고 들어가는 셈인 게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 아이에게 미국식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예전부터 보편화되었고 어른들도 시민권을 따면서 거의 으레껏 미국식 이름으로 바꾸는 경향이다. 나도 20여년 전, 시민권을 획득할 때 시험관이 이름을 바꿀 거냐고 물었었다. 내 대답은 노. 내 이름이 좋아서가 아니라 매일 김치를 먹고 믹스커피를 마시는 촌스런 입맛에 촌스런 외모를 가진 사람이 이름만 세련되고 근사한 미국식이면 뭐하냐 싶어서. 아니 게 아니라 내 주위에는 영어 한 마디 못하면서도 영어이름을 쓰는 사람이 서넛있는데 괴리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인들이 가진 미국 이름이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데이빗, 제임스, 스티브, 쟈시와, 쟌, 크리스, 폴. 여자들은 거의 제니퍼, 미셸, 애나, 헬렌, 에스터, 아니면 메리.

   내가 다니던 직장은 캘리포니아주와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저소득층 건강보험이었는데 일하면서 가장 많이 본 남자 한인 이름이 제임스 김과 데이빗 김이었다. 이들 이름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수 천명이 한꺼번에 뜬다. 그 중에는 생년월일까지 일치하는 사람도 많아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데 힘들었다. 특히 한국인들이 밀집되어 살고 있는 LA에는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중요한 우편물들이 엉뚱한 주소, 엉뚱한 사람에게로 잘못 발송되는 일들이 아주 흔했다.

  정부기관 뿐 아니라 크레딧 카드회사에서도 자주 혼동을 일으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끼리 불이익을 당한다는 기사도 신문에서 보았다.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편하라고 지은 영어이름 때문에 이런저런 불편을 겪는 일이 자꾸 생기면 독특하고 흉내내기 어려운 한국식 이름으로 도로 돌아가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독창성있는 한국 이름이 오히려 쉽게 주류사회에 각인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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