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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Columnists반려견 '윌리암' 스토리

반려견 ‘윌리암’ 스토리

지난달 한인공동체 가운데 화제 중의 하나는 정광용 부총영사(이하 부총)가 본지(16년 27호 6~7면)에 기고한 “I left William in San Francisco”였다.

페이스북에서도 기록적인 페친들의 ‘좋아요’를 받았다.

기자가 글을 받고 읽어 보니 저희 개도 글 중에 등장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간단히 저희 개 덤퍼를 소개하겠다.

윌리암(앞)과 덤퍼

17년 함께 살아

덤퍼는 만 1개월 때 우리 집에 와서 거의 17년을 함께 살다가 작년 6월 12일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했다.

6월 12일 아침 보통 때와 다름없이 일어나 개를 불렀는데 오지 않아 두리번 찾던 중 간간이 들리는 신음 소리를 듣게 되었다.

황급히 달려가 보니 개가 일어서려고 하려는 주저앉는 행동을 반복했다.

일단 개를 큰 수건에 싸서 따뜻하게 하고 눕혔다.

그리고 개를 사 온 큰 아이에게 전화했다.

개가 이상하다고 하니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하고 기다리 보자고 했다.

그래서 일단 개를 눕혀 놓고 좋아하는 닭살과 함께 쌀밥 미음을 쑤어 조금씩 개의 입에 천천히 넣어 주는데 삼키지 못했다.

그리고 그저 누우려고 했다.

인근 동물 병원에 전화를 하니 대부분 진료를 하지 않고 이머젠시 병원을 알려주어 다시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가 극심하다 보니 대부분 동물 병원이 휴업 중에 있었다.

우리 개를 잘 아는 분에게 연락해보니 아마도 개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대답이 왔다. 그 이유는 개들이 사람과 달리 갑자기 죽는다는 것이다.

그 종류 개들의 수명이 13~15년인데 벌써 많이 살았다는 뜻이었다.

그저 발만 구르는데 그 날이 마침 신문을 인쇄하는 날이라 마감을 보기에도 바뻤다.

오후가 되면서 덤퍼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입가에는 미음을 먹으려다 자기 혀를 씹어 약간의 피가 입 밖으로 나왔을 뿐 숨도 쉬기가 힘들어 보였다.

잠시 후 기자의 품 안에서 저세상으로 떠나겠다.

죽은 개에선 아직도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성경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안개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데 개도 다르지 않았다.

하루 전날까지 맛있게 저녁 밥을 먹고 기자가 일하는 방바닥에서 누워 자던 덤퍼를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랑 받는 월시코기

덤퍼를 보낸 슬픔은 상당히 오래갔다.

아직 개의 사진을 컴퓨터에 보관하고 가끔 사진을 본다.

인간이 미래를 보는 지혜는 없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지혜는 있다.

덤퍼와 좋았던 시간 또는 큰 길거리로 뛰쳐나가 차를 세우고 잡으려 다녔던 긴장되고 안타까운 시간도 있었다.

이별의 슬픔을 겪고 있던 중 부총한테 전화가 왔다.

일전에 같은 웰시코기를 기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개 사진과 함께 8월에 본국으로 귀국하니 혹시 다시 개를 기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입양 하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 개를 길렀던 사람들은 개를 먼저 보내면 다시는 개를 기르지 않는다고 한다.

개를 먼저 보낸 이별의 트라우마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웰시코기는 ‘퀸(Queen)’이라는 영화에 나오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이 안고 있는 모습이 있다.

여왕이 좋아하는 개로 알려지면서 많은 애견가 사이에 사랑을 더 받게 되었다.

웰시코기는 원래 양몰이 개인데 외모가 준수하고 사람들과 매우 친근해 홀로 사는 노인과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매우 사랑받는 개들 중의 하나이다.

부총의 전화를 받고 집에서 의논하니 이제는 우리가 기르기에는 부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선 개털이 많이 빠져서 감당하기 힘들다.

덤퍼를 키울 때는 매일 청소를 해야 했다.

하루라도 거르면 방 구속마다 개털이 모여 있었다.

그야말로 개털을 먹고 살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그래서 부총에서 호의는 고맙지만 기를 형편이 못 된다는 말을 전했다.

새 주인 만난 윌리암

마음 한구석에는 다시 기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혼자서 개를 기를 수는 없지 않겠나.

가족이 합의해야 하는데 개의 행복을 위해서도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후일 부총으로 부터 개 입양 사이트를 찾아 올리니 10곳이 넘는 곳에서 지원했다는 말을 들었다.

웰시코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새끼를 3백 불에 사 왔는데 요즘 시세를 물어 보니 강아지 새끼가 1천 불이 넘는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개 값에도 영향을 주어 3배 이상 오른 것 같다.

그런 개를 입양한다니 너도나도 덤빈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총의 윌리엄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한국을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왔다.

개로서 특별히 외교관 주인을 만나 여행을 많이 했다.

8살이나 된 다 키운 개를 놓고 가야 하는 부총의 마음은 어떠 하겠나.

다행히 좋은 중국인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보였다니 아쉬움과 큰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반려견은 동물이지만 하나의 이름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달 부총의 기고문은 많은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버클리에서 반 세기 이상 거주한 한 유명인 올드타이머는 전자신문에서 글을 읽고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 주셨다.

그 기고문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평했다.

우리의 마음을 울려 주는 윌리암의 스토리는 한여름을 보내는 한인공동체에서 보기 드문 감동스토리였다.

개를 사랑하는 기자에게 더욱 감동적이어서 읽고 또 읽었다.

읽고 나서 하늘나라로 간 덤퍼를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에 잠시 잠겼다.

사람을 통한 감격스러운 스토리도 마음을 울리지만, 동물을 통한 스토리 역시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으로 오래 남는다.

부총이 어쩔 수 없이 남긴 반려견 ‘윌리암(Wulliam)’에게 신의 가호와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hdnewsu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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