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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Columnists뤼케르트 시에 의한 말러의 가곡 2개 (2 Rückert songs by Mahler)

뤼케르트 시에 의한 말러의 가곡 2개 (2 Rückert songs by Mahler)

작곡가 나효신

3세기에 살았던 중국의 고금(古琴) 연주가이며 시인이었던 혜강(嵆康)은 음악과 문학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악은 영혼을 더 높이 끌어올리고 성장시키며, 감정을 향상시키고 조화롭게 하는 수단이다. 악기만으로 충분치 않을 적에 음악가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한 선율을 붙이고, 그것으로도 불충분하다면 비로소 우리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가사가 붙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라고 했다. 실제로 단지 악기가 있는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악기는 소리를 내지 않을 적에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라고 본다. 아직 아무도 들은 적이 없는 소리를 먼저 혼자 상상하는 사람이 작곡가이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는 1860년 7월에 태어나 1911년 5월에 5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약 20세였을 적부터 지휘자로 활동하기 시작해 생전에 지휘자로서 명성이 매우 높았으나, 작곡가로서는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사후 50년 정도가 지난 후인 1960년대부터 그의 음악이 널리 연주되기 시작했다.

말러는 6세 때에 할머니의 다락에서 우연히 피아노를 발견해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는데, 겨우 4년 후인 10세 때에 청중 앞에서 연주할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비엔나에서 음악 공부를 한 후에 프라하와 비엔나에서 지휘자로 활발히 활동을 했고, 생애의 마지막 10년 정도는 뉴욕에서 활동을 했다. 1911년에 카네기 홀에서 지휘 했던 것이 말러의 마지막 음악회가 됐다.

말러보다 70여 년 먼저 태어난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riedrich Rückert, 1788년 – 1866년)는 시인이며 언어학자였는데, 1826년부터 20여 년 동안 베를린 대학교 등에서 동영철학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했다. 30개국어를 할 수 있었던 뤼케르트는 특히 동양언어의 전문가였다. 존경받는 학자로 예술가로 교육자로 활약하던 그는 약 50세에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그만 마을로 이사하여 본인의 공부와 예술에만 전념했다. 훗날, 이 무렵에 뤼케르트가 썼던 시 두 개에 의한 작품을 말러가 작곡했는데, ‘자정에’와 ‘나는 세상과 인연이 다했으니’가 그 작품들이다. 피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 1925년 – 2012년)가 부르는 이 노래들을 이 가을에 다시 한번 들어 본다.

이 노래들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 Um Mitternacht / At midnight –

  • 자정에 –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riedrich Rückert), 시

자정에 깨어나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자정에 별 하나 없는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자정에 어둠의 한계 밖으로

내 생각을 내쫓아보냈다.

자정에 내게 위안을 주는 빛은 없었다.

자정에 내 심장 소리를 들었다;

자정에 단 한 번 솟구치는 고통의 소리.

자정에 나는 그 고통과 싸웠으나;

자정에 내 힘으로 이겨내지 못했다.

자정에 나는 당신의 손에

나를 맡겼다!

자정에 신이여, 삶과 죽음 앞에

당신이 나를 지켜봐 주소서.

(한국어로 번역 – 나효신)

  •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 I am lost to the world –
  • 나는 세상과 인연이 다했으니 –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riedrich Rückert), 시

나는 시간 낭비를 했던  

세상과 인연이 다했으니

세상은 내 소식을 듣지 못한 지 오래됐지요,

세상은 아마 내가 죽었다고 믿을지도 몰라요.

세상에서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든 말든

나는 상관치 않아요.

내가 정말 죽은 것은 아니라고

말할 생각도 없어요.

나는 어수선한 세상을 향해서는 죽었고

이제 고요한 천국에서 쉬고 있어요!

나의 천국에서,

나의 사랑과 나의 노래 안에 혼자 살아요!

(한국어로 번역 – 나효신)

나는 위의 두 작품을 들으며 시인과 작곡가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느낀다. 본인의 종교와 철학을 타인에게 커다란 소리로 강요하는 사람의 ‘말’보다는, 본인의 종교와 철학을 일상에서 조용히 ‘실천’하는 모습으로부터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처럼, 나는 이런 음악을 들을 적에 더 감동받는다.

세상에서 성공했던 시인! 세상에서 많은 것들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것이 삶의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홀로 떠났던 시인은 신에게 의지하며, 사랑과 노래의 천국에서 고요히 혼자 살고 있다고 썼다. 세상에서 성공했던 음악가! 그러나 건강하지 못했고, 작곡가로서 인정을 많이 받지 못했던 그는 먼저 살았던 시인의 시에 공감하여 이 노래들을 썼을 것이다.

작곡가 프레드릭 쉐프스키(Frederic Rzewski, 1938년 – 2021년)는 작곡가의 삶에 대해 말하기를 – 작곡가는 좋은 작품을 쓰고자 노력하며 고통받고, 작품을 좀 쓸 줄 안다 싶으면 그 작품을 연주해 줄  음악가를 찾느라 노력하며 고통받고, 연주될 적에 들어 줄 청중을 찾느라 고통받고, 작품 의뢰받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고통받는다. 수십 년 동안 이렇게 매일 계속되는 상황은 작곡가에게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50세 정도가 되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된다. 왜?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이렇게 살면서 작곡가는 늘 힘든 상황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 라고 했다.

1960년대에 말러의 음악을 지휘하고 녹음했던 지휘자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말러의 음악을 거의 잊은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러 생전에 사람들은 그의 음악의 가치를 미처 알지 못했으나 후에 온 사람들은 번스타인의 소개 덕분에 말러의 음악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고전음악을 들으며 성장하지 않았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고전음악이 낯설고 왠지 선뜻 한번 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가만히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듣고 나서 듣기 전의 나보다 들은 후의 내가 더 행복할 수도 있는데… 그래서 함께 음악을 듣자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나는 내가 2019년에 작곡한 ‘오래된 노래에게’의 가사를 아래에 적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 오래된 노래에게 – 

신기질(辛棄疾 HSIN CH’I-CHI (1140-1207년), 시 

내가 젊었을 적에는 

슬픔의 맛을 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유명한 시인이 되고 싶었죠 

나는 남들을 제치고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슬픈 척했어요  

노인이 되기까지 

온갖 슬픔의 깊이를 겪은 나는  

이제 편히 지내는 것에 만족해요 

그리고 쨍 하니 맑은 가을을 누리지요

(한국어로 번역 – 나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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