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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더 큰일 나기 전에…

이계숙

지인들과 저녁을 먹었다. 정통 이탈리안 식당인데 양이 늘 푸짐해서 적당히 시키는데도 항상 음식이 남는다. 그 날도 모두 조금씩 나누어 가져갈 정도로 음식이 남았다. 종업원이 빈 박스를 줄까 묻는데 한 지인이 박스말고 알리미늄 호일을 달란다. 집에 가져가면 어차피 버릴 박스 세이브하라면서. 사실은 집을 나설 때 알리미늄 호일을 좀 잘라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서둘다보니 깜빡했었다. 종업원이 가져온 호일에 남은 음식을 싸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지인같이 물자를 아끼는데 앞장 서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 갈 때마다 위기감을 느낀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큰일 나겠구나하는 위기감. 매일 산더미처럼 양산되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직장일에 바쁜 올케는 생필품 모두를 온라인으로 주문 하기에 크고 작은 택배가 하루가 멀다하고 도착한다. 택배박스 안은 버블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아니면 잘게 만든 스티로폼이나. 재활용이 불가능해서 모두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것들.
  미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해산물들도 택배로 배달된다. 살아있는 멍게, 해삼, 낙지 등도. 동생네가 주문하는 것도 있지만 산지에서 어획한 귀한 거라면서 친지들이 보내 주는 것도 있다. 생물이니만큼 스티로폼으로 제작된 아이스박스와 아이스팩, 아니면 보냉백은 필수다. 그것들이 동생네 뜰 한 쪽에 엄청 높게 쌓여 있다. 산화되는데 수백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알기때문에 차마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가 없어서 그냥 쌓아놓는 거라는데 계속 집 뜰에 쌓아놓을 수는 없는 일, 언젠가는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럼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갈까.
  문제가 또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배달용기다. 한국에서는 배달음식으로 매일 830만개 분량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쓰레기로 발생된다고 한다. 심각한 건 배달음식용 플라스틱 용기는 대부분 재활용 표시가 된 재활용 가능 자원이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40% 정도에 불과해서 재작년에만도 매일 하루 848톤의 폐플라스틱이 발생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왜 한국의 예를 드냐면 미국도 음식배달이 있긴하지만 한국처럼 활발하지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한국음식은 유난히 플라스틱 그릇들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친구가 치킨을 한 마리 배달시켜 주었다. 비닐봉지를 열어보는 순간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치킨 한 마리 배달에 크고 작은 플라스틱 그릇이 여섯 개나 되는 거다. 양념무와 피클 담은 그릇에, 각종 소스 담은 그릇에.      그건 약과다. 족발을 한 번 시킨 적 있는데 된장, 새우젓, 고추양념, 마늘, 콩나물국 등이 담긴 플라스틱 그릇이 자그마치 열 몇개가 딸려왔다. 그 그릇들이 모두다 쓰레기로 버려져 토양을 오염시킨다. 정말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미국대로 과잉포장이 문제다. 코스코를 다녀올 때마다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안팎이 칠갑 된 상품들. 스낵용 김을 한 번 먹으면 플라스틱 그릇만 산더미. 계란 한 판에도, 사과 몇 개에도, 꽃 한 단에도 딸려오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플라스틱.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950년, 200만톤이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15년에는 3억2200만톤으로 무려 160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몸무게를 모두 합한 3억1600만톤과 맞먹는 수준. 플라스틱 제품 소비량도 페트병은 1분에 100만개, 일회용 비닐봉지는 1년에 5조개. 어마어마하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이 육지와 바다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70m 높이로 쌓으면, 그 면적은 맨하탄섬을 통째로 뒤덮고도 남을 정도이며 지금도 매년 100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계속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나는 샤워하는데 큰 죄책감을 느낀다. 물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화될 텐데 이렇게 마음놓고 샤워를 해도 되는가 하는. 가능하면 빠른시간에 마치려고 노력하고 샴푸나 린스도 적게 쓴다. 하수구로 흘려보낸 그 화학물질들을 희석하기 위해 수십배, 수백배의 맑은 물을 필요로 하니까. 아무리 손님이 많이 와도 일회용 접시나 젓가락을 쓰지 않으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자제품이 건조기라고 해서 빨래를 밖에서 말린다.

  ‘인터스텔라’에서 물리학자인 브랜드 박사가 주인공에게 말한다. “자네 딸이 이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될 거야…”
  그렇다. 그 무시무시한 말이 어쩌면 빠른시일 내에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산불, 태풍, 가뭄, 폭우, 폭염, 한파, 각종 바이러스 창궐, 먼지 등 해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자연재해들은 인간들로 인해 야기된 것들. 인간들로 인해 신음하는 이 지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차원에서는 물론, 개개인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더 큰일 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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